홍승훈 <먼우금 사진관>

새는 바람을 벗 삼았고
바람은 바다를 밀고 당겼다.
 
바다는 갯벌을 품었고
갯벌은 마을에게 곁을 내주었다.
 
마을은 도시가 되었고
도시는 땅이 되어가는 바다를 지켜보았다.
 
지금도
새는 바람을 벗 삼아
도시가 밀고 갯벌이 당기는
바다를 누비고 있다.

1. 갯벌의 원주민

아득히 넓은 갯벌 위에 
날갯짓을 멈추었다.

짙게 드리운 갯벌은
그 무엇도 내어줄 것 같지 않았다.

허락도 양해도 없는
부릿짓이 시작되었다.

갯벌은 그렇게
모든 것을 내어주었다.

무소유의 원주민이었다.



2. 마을 그리고 마을

바다를 앞에 두고 산을 뒤에 두고 
여럿이 모여 터 잡고 살았던 마을.
땅에서 농사짓고 갯벌에서 농사지으며 
무던하게 살았던 하루 그리고 하루 

바다가 줄어들고 갯벌이 땅이 되고  
그 땅 위에 여럿이 모여 
터 잡은 또 다른 마을에서 또 다른 사람들이 
무던하게 살아가는 하루 그리고 하루



3. 갯벌 너머 갯벌

누가 만들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고,

하루 만큼씩의 발자국만 허락했던 갯벌.

그리고 그 하루가 소중했던 그들.

어디까지 뻗어갈지 알 수 없는 건물과

수많은 발자국이 만든 갯벌 위 도시.

누군가의 소중한 하루도 쌓여간다.


아직도 그들은 갯벌이 허락한 

하루만큼의 발자국을 짙게 드리운다.

지금도 그렇게 그들만의 갯벌이 계속된다.

※ 갯벌 너머 갯벌에선 아직도 어업이 이루어지고 있다. 이 어업도 2027년이 마지막이다



4. 계속되길...(공존)

어제 왔던 것처럼
오늘도 와주었고
내일도 와주길

그 옛날 
우리가 없던 날에 왔던 것처럼

지금
우리가 사는 날에도 와준 것처럼

앞으로 
우리가 기억하지 못할 날에도
지금처럼 와주길